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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남은 구름>
김옥정 X 크랜필드
2020. 08. 08 - 08. 23 



- 날짜 : 2020년 8월 8일 토요일 - 8월 23일 일요일
- 참여 : 김옥정 X 크랜필드
- 장소 : 중간지점 (서울시 중구 을지로 14길 15 장양빌딩 703호)
- 운영 시간 : 오후 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무)
- 주최 : 중간지점



- 전시 소개

어릴 적 색종이를 자르는 일은 언제나 즐거웠다. 바라던 모양의 색종이 조각이 생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명 가위질은 한 번이었는데 정작 눈 앞에 생겨난 건 둘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단순한 원리, 그러니까 뭔가를 잘라내거나 덜어 내고 나면 정확히 그 모양을 한 다른 뭔가가 남게 된다는 사실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왜인지 항상 잘라낸 부분보다 자르고 남은 부분에 더 마음이 끌렸다. 물론 본의는 ‘잘라낸 부분’에 있었지만, 모두 잘라놓고 보면 어쩐지 처음부터 ‘자르고 남은 부분’을 의도했던 것만 같은,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게 바로 색종의 놀이의 묘미였다.

19세기 영국 작가 월터 페이터Walter Horatio Pater(1839-1894)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음악가인 나는 그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다른 예술의 상태를 동경하는 건 음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대상은 단연 그림(이미지)이다. 월터 페이터가 살았던 19세기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적어도 20세기 이후 음악과 그림은 서로를 끊임없이 동경해왔다. 다만 어디까지나 동등한 자격으로 한 자리에 존재할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못했을 따름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 <자르고 남은 구름>은 그림과 음악의 관계성을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나간다는 꽤 대담한—어떤 의미에서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시도인지도 모른다. 작가 김옥정과 음악가 크랜필드는 2주에 한 번, 총 4개월 여에 걸쳐 서로의 작업물을 교환했다. 그림과 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해나간 것이다. 때로는 음악이 그림에, 때로는 그림이 음악에, 때로는 양쪽 모두가 특정 주제에 각각의 방식으로 응답했다.

그 과정은 미리 언급한 색종이 놀이와 매우 닮아있다. 다만 이번에는 사람도 색종이도 가위도 한 쌍이다. 방식도 보다 중층적이다. 한쪽이 잘라낸—또는 자르고 남은—부분을 건네주면 다른 한쪽이 거기에 뭔가를 채워 넣거나 비우거나 덧붙여나가는 식이다. 그림과 음악이 자리를 바꾸어가며 음각과 양각을 주고받았다고 할까. 이쪽에 빠진 부분이 저쪽의 전부가 되고, 이쪽의 전부가 저쪽의 빠진 부분이 된다. 그러나 역시 결과적으로 그건 하나의 형태를 그려내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이 그림에서 완성되고, 또 그림이 음악에서 완성된다.

그 속에서 그림과 음악은 각각 본연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벗어난다. 상대가 건네 온 형태를 통과하며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변화가 일어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약간의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만으로 그 미세하면서도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잘라낸 것에는 독립적이고 또렷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나 자르고 남은 것에는 수용적이고 뭉글뭉글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렇다. 그건 구름이 가진 아름다움과 매우 닮아있다. 그래서일까. 왠지 거기 뛰어들면 푹신푹신할 것만 같다. 아니면 아주 느리게 낙하하거나. (글 : 이성혁)



- 참여 작가 소개

크랜필드 Cranfield
2013년 정규 앨범 <밤의 악대>로 데뷔. 이듬해 EBS 스페이스 공감 ‘2014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EP 앨범 <파란 그림>, 싱글 <이별의 춤> <나의 이름은>을 발표. 몽환적이고 달콤한 색채의 음악과 한 편의 우화같은 가사가 특징적이며, 2017년부터는 송라이터 이성혁의 솔로 체제가 되었다.

김옥정 Kim, Okjung
마음속 이미지와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이를 회화 작업으로 옮긴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에서 출발해 유난히도 길게 이어지는 잔상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외부의 대상이 내면에 깃드는 과정에서 이어지는 연상과 상상을 바탕으로 한 ‘나’의 이야기는 때로는 뜬금없고, 엉뚱한 소재를 통해 하나의 동화처럼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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